북유럽식 봄정원은 단순한 정원 디자인을 넘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일상의 여유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한국의 정원이 꽃과 조경에 집중하는 데 비해, 북유럽은 계절감, 채광, 기능성까지 고려한 ‘생활 정원’을 지향합니다. 특히 봄은 긴 겨울을 견딘 북유럽 사람들에게 있어 정원과 함께하는 희망의 계절이자,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북유럽의 봄정원이 지닌 감성적 아름다움과 실용적인 구조, 그리고 한국에서도 쉽게 응용 가능한 정원 구성법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각적 연출 팁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단순함을 살린 정원 디자인
북유럽 가드닝의 핵심은 ‘단순함 속의 질서’입니다. 시각적으로 복잡하거나 과하게 꾸미기보다는 자연의 흐름에 맞게 식물과 구조물을 배치하고, 여백을 통해 공간에 호흡을 부여합니다. 이는 정원 속 ‘쉼’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북유럽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식물 선택은 주로 내한성이 강하고, 관리가 쉬운 종류가 중심입니다. 봄철엔 목수국, 루피너스, 스노드롭, 라벤더, 타임 등 다년생 식물들이 자주 활용되며, 자연 상태에서 자생하는 것처럼 배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러 규칙을 깨고 식물 간격을 다르게 배치하는 ‘비대칭 심기’는 정원에 살아있는 듯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조경 요소도 단순한 선과 자연스러운 곡선 위주로 설계됩니다. 목재 데크나 석재 포장, 자갈길 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걷고 머무는 길’을 유도하며, 인공적인 구조물보다는 나무 벤치, 오래된 화분, 버려진 창틀 같은 빈티지 오브제가 포인트로 쓰입니다. 공간의 완성은 채광입니다. 북유럽은 해가 적은 시기가 길기 때문에, 햇살을 온전히 받는 동남향의 정원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한국에서도 작은 마당이나 베란다 정원을 남향 또는 동향으로 설정하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구조를 열어두면 북유럽 정원의 밝고 따뜻한 느낌을 쉽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생태와 계절의 흐름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고, 가족의 삶과 연결되는 구조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북유럽 가드닝입니다.
기능성을 강조한 실용적인 식재
북유럽 정원은 눈으로만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 되는 실용적인 공간입니다. 봄철에는 식용 가능한 허브와 채소, 그리고 계절성 있는 과일이 함께 자라는 ‘에디블 가든(edible garden)’이 자주 조성됩니다. 대표 식물로는 바질, 민트, 로즈메리, 파슬리, 루꼴라 등 허브류와 딸기, 어린잎 채소, 방울토마토가 있습니다. 이들은 베란다에서도 화분으로 키우기 쉬우며, 요리나 음료에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정원과 부엌의 연결성을 높여줍니다. 실제로 북유럽의 많은 주택은 주방 창문 아래쪽에 정원이 위치해 있어, 창을 열고 손쉽게 허브를 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한편, 북유럽에서는 Raised Bed를 활용해 식물을 기르는데요, 이는 좁은 공간에서 경계를 분명히 하고,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관리도 쉬워 고령자나 초보자에게 이상적인 방식입니다. 한국의 아파트 베란다나 단독주택 옥상에서도 응용 가능하며, 목재 팔레트로 저비용 DIY 제작도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북유럽은 정원을 계절별로 활용합니다. 봄에는 여유로운 커피 타임을 위한 테이블 세팅, 여름에는 외부 그릴과 모임 공간, 가을에는 잔잔한 음악과 독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식입니다. 이러한 다기능 정원은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북유럽식 삶의 태도를 보여주며, 한국의 협소한 공간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형태입니다.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감각적인 요소
북유럽 정원의 정서는 감성과 자연의 조화에서 나옵니다. 식물, 구조물, 소품, 조명까지 각각의 요소가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공간을 살린다’는 느낌으로 배치됩니다. 시각적 밸런스와 더불어, 체험적 요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노르딕 스타일의 조명은 정원 연출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LED 유리등이나 작은 랜턴 조명을 식물 옆에 배치하면, 어스름한 봄 저녁 시간에도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촛불 대신 LED 티라이트를 활용하면 안전하면서도 감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소품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빈티지한 금속 물조리개, 손뜨개 러그, 오래된 나무 의자 등은 실용성과 더불어 감성을 자극하며,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 아이템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북유럽 사람들은 정원 한편에 포토존처럼 꾸민 작은 코너를 만들고, 가족사진이나 독서 사진을 남기곤 합니다. 꽃 구도는 주로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몽환적인 톤을 지향합니다. 라벤더, 데이지, 노란 튤립, 흰 수국 등을 어우러지게 심고, 식물 간격에 차이를 두면서 공간에 리듬을 줍니다. 이러한 구성은 사진 촬영 시에도 자연광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핀란드식 명상 코너나 ‘숲 속의 서재’ 콘셉트처럼 정원에 책장이나 낮은 벤치를 하나 두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눈에 띄는 구조물 하나 없이도, 사람의 감정을 조용히 머물게 만드는 힘. 그게 바로 북유럽 봄정원의 매력입니다. 북유럽식 봄정원은 단순한 미관 중심의 정원을 넘어, 일상과 감성, 기능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삶의 철학입니다.